대한민국 1세대 철학자이자 시대의 지성으로 평가받는 김형석(106·사진) 연세대 명예교수가 신작 ‘AI시대에 인문학은 무엇인가’(위더북)를 통해 첨단 기술 사회에서 인문학의 의미를 묻는다. 1920년생으로 평생 학문 연구와 집필, 제자 양성에 심혈을 기울여 온 저자는 서대문구청 인문학 아카데미에서 진행했던 네 차례의 핵심 강연을 바탕으로 과학기술 만능주의 속에서 인문학적 성찰이 왜 절실한지를 역설한다.
책의 도입부에서는 인문학의 역사적 기원과 학문적 정의를 내리며 다소 긴 호흡으로 페이지를 넘기게 하고 후반부에서는 인공지능(AI) 시대를 주체적으로 돌파할 수 있는 구체적인 해법과 인문학만의 독보적인 경쟁력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저자는 “인간이 쌓아 올린 모든 학문의 공통된 뿌리가 바로 인문학”이라고 정의하며 “인문학이라는 보이지 않는 땅속뿌리에서 사회과학이라는 줄기가 뻗어 나가고 최종적으로 자연과학이라는 열매를 맺는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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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모든 지식의 나무를 지탱하는 힘은 ‘인간은 무엇을 생각하며 살아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서 비롯된다.
그러면서 “AI와 자연과학이 의료적·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며 인류에게 편리함과 효율성을 제공할 수는 있지만, 인간의 정신과 도덕적 가치관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단언한다. AI가 모든 영역을 지배하면 인간은 주체성을 상실하고 기계의 심부름을 하는 종속적인 존재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바다의 물고기나 자연의 꽃들이 저마다의 색을 가져 아름답듯 다양성을 인정하는 포용력과 진실·양심·자유라는 인간다움의 조건은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고유한 인간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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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역사적 맥락과 정신적 가치를 올바르게 이해할 때 인간은 소외되지 않고 첨단 기술을 유용한 도구로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다.
철학자인 저자가 깊은 신앙을 갖게 된 배경과 삶의 궤적은 기독교 독자들에게 의미 있는 대목이다. 그가 삶의 목적을 품고 간절하게 드린 생애 첫 기도의 순간과 그의 인생관, 가치관의 뿌리가 된 기독교 정신이 본문 곳곳에 묻어난다. 철학과 신앙, 성실과 경건을 평생의 두 축으로 삼아 온 노학자의 고백은 종교와 인문학이 분리된 세계가 아니라 한 사람 안에서 함께 자라는 양면임을 증명한다.
최근 건강 악화로 입원하는 고비를 겪으면서도 그는 다시 원고지를 써 내려갔고 마지막 맺음말에서 깊은 울림을 전한다. “주어진 지상의 시간이 끝나가기에 이제 나를 위한 소원과 희망은 없으며, 오직 나와 함께 살아온 더 많은 이웃이 인간답고 행복하게 사는 것을 보고 싶다”는 그의 고백은 이성과 효율만을 따지는 초지능 시대에 우리가 회복해야 할 기독교적 사랑과 인문학적 가치를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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